한 달에 세 번 헤어지자는 여자친구, 진심일까 습관일까

경보음이 하도 울려서 이제 놀라지도 않는다

한 달에 세 번 헤어지자는 여자친구, 진심일까 습관일까

화재경보기가 한 달에 세 번씩 오작동하는 건물이 있다고 하자. 처음 한두 번은 다들 놀라서 뛰쳐나간다. 그런데 매번 오작동으로 끝나면, 어느 순간부터는 경보가 울려도 아무도 안 움직인다. 진짜 불이 나도 마찬가지다.

31살 공기업 대리 동현 씨의 연애가 딱 이 상태다. 평화로운 관계를 원하고 감정 소모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인데, 여자친구는 사소한 다툼마다 “우리 헤어져”를 습관처럼 던진다. 한 달에 세 번이면, 열흘에 한 번꼴이다.

1. 이별 선언이 확인 도구로 쓰이고 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건 “여자친구가 정말 헤어지고 싶은가”가 아니다. 이별이라는 단어가 애정을 확인하는 도구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화가 났을 때 붙잡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매번 가장 무거운 카드를 꺼내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거다.

문제는 이 방식이 반복될수록 효과가 떨어진다는 데 있다. 처음 몇 번은 동현 씨도 붙잡고 달랬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그 경보음에 무감각해진 상태다.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반복된 건물 주민들처럼.

이번 주만 두 번째
여자친구
됐어, 우리 그냥 헤어져.
저번 주에도 그렇게 말했잖아. 이번엔 진짜야?
여자친구
…그건 아니고.

“이번엔 진짜야?”라고 묻는 순간, 동현 씨도 이미 이게 진짜 이별 선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매번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하니, 감정은 소진되고 관계는 붙어 있되 온도는 식어간다.

2. 번아웃은 사랑이 식어서 오는 게 아니다

동현 씨가 지금 느끼는 무덤덤함을 “사랑이 식었나”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아마 아닐 거다. 이건 특정 화재경보기에 반복 노출된 사람이 보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문제는 불이 아니라 경보기 관리다.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이별을 무기로 쓰는 쪽도, 그걸 매번 받아주는 쪽도 서로 이 패턴을 강화하고 있는 거다. 동현 씨가 매번 뛰어가서 달래는 한,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이 방법이 계속 통하는 셈이니까.

경보기는 고쳐야 다시 신뢰할 수 있다
3. 나라면 경보음에 안 뛰어갈 것 같다

“헤어져”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붙잡는 대신, “그 말 진짜면 지금 하는 대화 그만하고 각자 생각할 시간 갖자”라고 담백하게 받아보는 건 어떨까. 이게 정답이라는 건 아니고 참고만 해주셨으면 하는데, 확인 절차 자체를 없애는 게 오히려 이 패턴을 끊는 방법일 수도 있고 말이다.

그리고 여유가 될 때, “헤어지자는 말이 나올 때마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길 바라는지” 직접 물어보는 게 낫다. 이건 동현 씨가 덜 다치자고 하는 말이지, 여자친구를 탓하려는 얘기는 아니다.

진짜와 습관은 결국 반응으로 구분된다
정리하면 — 반복되는 이별 선언에 매번 전력으로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오작동이 잦은 경보기는 고치는 게 먼저지, 매번 뛰쳐나가는 게 해결책은 아니다.

다음 달에도 세 번이 반복될지, 이번 대화 이후 달라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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