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기 싫어서 거짓말했다는 남친, 배려일까 회피일까

몰래 처분한 건 결국 들통난다 ㅎᴗㅎ

싸우기 싫어서 거짓말했다는 남친, 배려일까 회피일까

어렸을 때 동생 걸스카우트 목걸이가 14K인 걸 알고, 몰래 팔아버린 적이 있다. 당장 필요한 돈이 급했고, “나중에 들키면 그때 가서 수습하지”라는 마음이었다. 결국 들켰고, 그때 배운 건 하나였다. 숨긴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들키는 순간의 문제가 더 커질 뿐이라는 거다.

29살 대기업 재무팀 수민 씨의 남자친구도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여사친과의 만남처럼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숨기다가, 들통나면 “네가 예민하게 굴까 봐 배려한 것”이라고 말한다. 투명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수민 씨는 어느새 탐정 역할을 떠맡게 됐다.

1. 배려라는 말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동생 목걸이를 팔 때 나도 “이건 어차피 안 쓰는 물건이니 배려한 거다”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그런데 진짜 배려였다면, 몰래 처분하는 대신 먼저 물어봤어야 했다.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결정에 배려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사후 포장일 뿐이다.

수민 씨의 남자친구가 하는 것도 똑같다. “예민하게 굴까 봐”라는 말은 배려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수민 씨의 반응을 예상하고 그걸 피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배려의 대상이 수민 씨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편함이었다는 뜻이다.

체크포인트: 거짓말이 반복될수록 진짜 문제는 거짓말 그 자체가 아니라, 들켰을 때마다 “배려였다”며 책임을 상대의 반응 탓으로 돌린다는 점이다.

몰래 처분한 것엔 늘 흔적이 남는다
2. 탐정 역할은 신뢰가 무너졌다는 증거다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수민 씨가 탐정처럼 확인하고 다니게 된 건 예민해서가 아니다. 상대가 스스로 정보를 주지 않으니, 직접 찾아 나서야만 관계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상태가 된 거다. 본인은 재무팀에서 숫자만 들여다보던 사람인데, 퇴근하면 갑자기 탐정 사무소로 출근하는 셈이다. 이건 신뢰가 무너진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역지사지로 가보면, 수민 씨가 뭔가를 숨기고 나중에 “네가 화낼까 봐 그랬어”라고 했을 때 남자친구가 이걸 순순히 배려로 받아들일까. 아마 아닐 거다. 이 말은 관계 안에서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3. 나라면 배려의 기준부터 다시 정할 것 같다

“배려였다면 나한테 먼저 물어봤어야지”라는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이게 정답이라는 건 아니지만,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 문장은 상대의 변명을 반박하는 동시에, 앞으로 뭘 원하는지도 같이 전달한다. 숨기지 말고 먼저 말해달라는 거다.

먼저 묻는 것이 진짜 배려다
정리하면 — 몰래 처분하고 나중에 배려였다고 말하는 건 배려가 아니다. 진짜 배려는 미리 묻는 데 있지, 들키고 난 후의 변명에 있지 않다.

동생은 아직도 그 목걸이 얘기만 나오면 나를 흘겨본다. 신뢰라는 게 그렇게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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