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야만 아는 사랑이 진짜인가요, 센스만 시험하다 생긴 오해

기대를 크게 걸수록 탈도 크게 난다ᴗ

말해야만 아는 사랑이 진짜인가요, 센스만 시험하다 생긴 오해

입대하기 전날, 논산훈련소 앞 갈비집에서 마지막 만찬이라고 잔뜩 먹은 적이 있다. 어차피 훈련소 들어가면 못 먹을 거라는 생각에 평소보다 훨씬 과하게 시켰는데, 다음 날 훈련소 첫날을 화장실에서 거의 다 보냈다. 기대가 클수록 탈도 크게 나는 법이다.

28살 플로리스트 지유 씨도 비슷한 걸 겪었다. 1주년 기념일, 원하는 게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고 남자친구의 센스를 시험했다.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지유 씨는 그걸 애정 부족으로 받아들이며 혼자 상처받았다.

1. 기대를 안 밝히고 채점만 하고 있었다

지유 씨는 말보다 센스를 더 신뢰하는 사람이다. 대놓고 서운함을 말하는 게 자존심 상한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문제는 이거다. 기준을 알려주지 않은 채로 시험을 보게 하고, 통과 못 하면 그때 실망한다. 이건 시험이 아니라 채점 기준을 숨긴 시험이다.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자기가 뭘 놓쳤는지조차 모른 채로 “센스 없는 사람”이 된다. 억울할 만하다. 공부는 하나도 안 시켜놓고 시험만 보게 한 다음, 점수 나쁘다고 혼내는 셈이다. 이런 시험에서 만점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한 가지만 짚어보겠습니다. 소통의 부재를 애정의 부재로 착각하는 순간, 상대는 노력을 안 한 게 아니라 방향을 모른 채 애쓴 게 됩니다.

채점 기준은 미리 알려줘야 공정하다
2. 센스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역지사지로 가보면, 지유 씨가 남자친구의 기념일에 아무 힌트 없이 완벽한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면 어떨까. 아마 부담스럽고 억울할 거다. 그런데 지금 지유 씨가 남자친구에게 요구하고 있는 게 정확히 그거다.

진짜 사랑이 말 없이도 통해야 한다는 기준은, 사실 두 사람 사이에 얼마나 대화가 쌓였는지에 달려 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통하는 커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말로 맞춰가다가 나중에서야 말 안 해도 아는 사이가 된다.

3. 나라면 힌트 하나는 흘려둘 것 같다

“이번엔 이런 쪽으로 좋아할 것 같아” 정도의 힌트 하나면 충분하다. 이게 정답이라는 건 아니지만, 참고로 말씀드리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서운해할 확률보다는 훨씬 낮은 확률이다. 배탈 나기 전날, 갈비집 사장님이 “손님, 이 이상은 위험합니다”라고 한마디만 해줬어도 다음 날이 훨씬 평화로웠을 거다(응?).

힌트 하나가 서운함 하나를 막아준다
정리하면 — 말 없이도 통하는 사랑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기준을 숨긴 채 시험만 보게 하지 말고, 작은 힌트부터 흘려보자.

다음 기념일엔 배 안 아프게, 힌트 하나 정도는 흘려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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